SITTING 리뷰 - 월간미술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이관훈
전시를 통해 작가로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박은 일관성 있는 조형어투로 그림에 자아를 투영하고 나름의 어눌한 기법으로 전체의 풍경을 표현해낸다. 전체의 풍경 안에는 온전한 풍경도 있지만, 사색후 빠져나온 감정의 편린과 생각의 나열로 진행되는 낱낱도 있고, 해석하기 힘든 은밀한 상황을 표출한 것도 있다. 이목갤러리 전시공간에 펼쳐진 그림들은 소품 위주의 다양한 프레임으로 연출되어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동선의 흐름에 따라 이미지들이 생각속에 채워지면서 전체가 하나의 문장이 되듯 조각난 퍼즐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펼쳐진 <SITTING> 연작은 현대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욕망의 이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리'(위치)의 모순된 상황을 작가 개인의 심리적 변화에 따른 감정표현으로 시작해 자신만의 자잘한 에피소드로 묘파해낸다.
이러한 개인의 감정 모드는 숲속으로, 땅 위로, 소파 위로, 물속으로, 들판 위로, 버려진 가구 속으로, 산과 구름 위로, ・・・ 경계 없이 어느곳이든 스며든다. 그 잔영들은 자신의 분신처럼 이곳저곳에 환영의 자취를 남기며 존재의 거처를 확인시킨다. 존재를 확인시키기 이전, 그가 생각하는 날것들은 이 프레임에서 저 프레임으로 옮겨 다니며 많은 찰나를 대기 속에 증발시킨다. 그러한 생각의 흔적들은 저곳(밖 세상, 가상)에서부터 이곳(안, 근거지, 현실)에 이르기까지 미적 사건을 돌출해내어 개인의 에피소드를 쓰게 하는 가능성을 지닌다.
예컨대, 사박이 서술한 이 개체들의 표현은 사회기능 속에서 작용하는 언어도, 세인들 간의 대화 역할을 맡은 언어도 아니다. 작가만의 이미지로 구성된 조어들이다. 그가 서술한 은유적인 표현만큼 그 표현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 은유적 형상들은 우리에게 낯선 것들이다. 이것은 어느 한곳에 고립되기를 거부하는 몸짓으로서, 엇갈린 세계에 이방인으로서의 '자기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사박만의 조어를 형성하려는 데서 비롯된다.
그는 무의식의 세계와 언어의 영역 사이에 부재한 것을 좇아 '무의식’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이를 공간영역의 차원에서 가볍게 스쳐 다룬다. 무의식적인 행동으로서 '언제, 어디서든’ 혼자서, 쉽게, 행할 수 있다는 상상으로서의 내러티브적인 요소를 만들기 위한 접점에 있긴 하지만, 사박의 행동은 '지금, 이곳에서의 좀 더 구체적이고 의식적인 사고를 지향하는 것으로 그 차이를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그 지향점은 자신이 구획해 놓은 프레임(인식적 망막)의 경계에서 새로운 영역에 대한 갈망과도전이라 생각한다.
최근의 현대미술 경향이 점점 다양화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형식이나 내용에서 재생과 반복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으며, 작가들이 그 안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편집해나가느냐에 따라 변별성 있게 나타난다고 본다. 작가의 욕망은 창작과비평의 관계에서도 현재와 다른 미래를 생성시키려는 분열적 욕망에 부딪힌다. 사유와 경험의 지경을 넓혀 해체된 언어들에 자기비판과 자의식의 도돌이표가 과한 욕망을 진정시킬 수 있는 처방이 된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움 안에서 또 다른 예술적 아우라를 갖는 의미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