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known Resource 2021. 08. 22 - 09. 03  Weksa.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127-1  B1 


참여작가: 사박, 박은진, 정인영, 왕은진
기획: 임현영

우리는 종종 살면서 존재에 대한 믿음을 시험당하곤 한다. 이럴 때, 의구심을 달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 은 미심쩍은 대상의 기원이나 본질을 탐색하는 것이다. 식료품의 원산지를 확인하고, 타인의 고향을 물어보고, 자 신의 혈액형과 부모의 혈액형을 맞춰보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진실에 가까이 다가섰다는 묘한 안도감 을 느낀다.

하지만 어디나 파악되지 않은 밑면이 있다. 세상의 어떤 것들은 언어와 논리로 설명할 수 없으며, 어떤 진리는 상대 적이고, 또 너무나 연약하다. 어떤 존재도 자기 자신이 궁극적인 원인이 아니므로 자신을 의지할 힘을 소유하지 못 한다. 이처럼 확신이 없는 순간조차 믿음에 기대야 한다면 어떨까. 의심 끝에 확인된 진실마저도 또다시 회의의 대 상이 되어야 한다면?

전시 ⟪Unknown Resource⟫는 작가 네 명의 회화, 조각, 설치 작업을 통해 물질/가시적인 출처가 아닌 비물질적/ 비가시적인 출처에 주목한다. 마음속에 존재하거나 가상의 공간을 부유하는 이미지들, 빈 곳으로부터 출발한 유동 적 설치물들이 주를 이룬다. 참여작가 사박, 박은진, 정인영, 왕은진은 미지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밝혀내기보다 그 것이 지닌 허구성을 공략해 그동안 경도되어 있던 집착에 가까운 의심에서 탈피한다. 이들이 주요 전략으로 택한 것은 기존의 인과관계 및 논리를 역이용하는 것으로 결과는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처럼 부재를 통해 없는 존재를 증명할 수밖에 없는 인과율의 한계에 기인한다.

이처럼 존재의 기원과 목적이 무한으로 소급하는 상황에서 그 의미는 소거되고, 이것을 추적할 수 있는 어떤 시선 만이 남는다. 전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선은 마치 보르헤스의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1처럼 무한히 증식한다. 이들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올 수도, 아니면 전혀 막다른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어디 서부터 흘러왔고 또 어디로 가느냐가 지금까지의 주요한 질문이었다면, 전시는 이와 정반대로 어디서 왔는지 모를, 나아가 예측 불가능한 상태의 대상들을 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사박은 일상의 타임라인에 기반해 직, 간접적으로 보거나 경험한 각종 이미지의 순간적인 인상을 화면 안에 재구성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적인 감각에 더욱 치중함으로써, 어떤 작업이 어떤 과정으로 나온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모호한 형상을 그려낸다.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휘발성 높은 이미지나 임의로 선정된 무용한 이미지 를 대상으로 하는 그의 작업은 서사와 맥락의 부재로 인해서 되려 붓질이 만들어 내는 감각적 효과에 주목하게 한 다<Three Cats>(2021), <Eyes and Mouth>(2021). 작가는 아무렇게나 휘갈겨진 듯한 붓놀림, 이미지의 해체와 왜곡, 이미지를 겹치고 흩트리는 등의 표현을 통해 무의식의 흐름과 같은 직관적인 인상과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 편, 페인팅과 함께 무지 수납함, 비누 등 익숙한 사물을 이용한 지지체가 설치되는데, 이는 평면 작업에 입체감을 더하며 자연스러운 변주를 꾀하기 위한 시도이다<Layer>(2021). 주변의 사물을 가져와 페인팅과 혼합하는 연출 은 지시체와 기호(이미지) 간의 관계성에 빈틈을 생성하며, 그로 인해 다양한 감각들의 충돌과 혼합을 야기한다.

박은진은 사물을 감각/인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변화를 실험하며, 그로부터 유발되는 특정 인상이나 경 험을 평면으로 구현한다. 회화에서 드러나는 텍스처와 입체성을 중심으로 최근에는 사물의 표면과 그것을 느끼는 피부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있다. 신체를 캔버스 안과 바깥을 매개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오래된 이불로부 터 느낀 편안함과 언짢음의 이중적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불에 프린팅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시각 화한다거나<Tweetie Pie Blanket>(2021), 거울 표면에 핀 곰팡이를 몽환적이면서도 무게감 있게 그리는 작업 <Fairy in the mirror>(2021) 에서 보이듯 작가의 화면은 프레임을 넘어 또 다른 시공으로 연결되며 시각에서 촉 각으로의 감각적 전이를 일으킨다. ‘감각의 대상 혹은 객체가 되는 사물의 표면이 감각의 주체인 피부를 침투한다’ 는 개념은 ‘주체가 객체(사물)를 감각한다’는 일반적 관점을 뒤집는다. 이처럼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는 같은 화면

1 보르헤스의 소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에서 정원은 결코 끝이 나지 않는 시간의 미로이며 삶의 미궁이다. 정원은 공간적이 아닌 시간적인 것으로, 시간 속에서의 무한한 갈라짐을 의미한다.

을 통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결말에 다다를 수 있다. 일상의 사물을 다루면서도 일상과 미세하게 어긋나 있는 작 업에서 가장 보통의 존재들은 고정된 정체성에서 벗어나 주체를 압도하는 위치까지 오른다.

정인영의 돌 조각은 구체적으로 발화되기 전의 상태로 작품으로서가 아닌 다른 지위를 모색한다. 작가에게 조각은 단순히 완결된 채로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행위들이 축적되며 맺는 연속적인 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다. 작업 과정에 응축된 여러 시간적 층위들은 작가의 심리 상태를 수반하며 공간 안에서 다양 한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작가는 작품을 관람하는 일방적인 시선에 대한 간섭을 통해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내거나 <Pebblefall 1,2>(2021) 미세한 심리적 동요를 수집해 돌덩어리와 같은 비정형적 형태로 표현한다. 형태를 구축하 는데 소요되는 기다림과 노력의 시간은 불안함 속의 간절함을 증폭시키고, 이는 깎아지고 다듬어진 돌들 사이로 침 투한다. 작품 외적인 갈등과 마찰은 지뢰 찾기의 지뢰, 혹은 배틀 게임의 장애물과 같이 불완전한 모습으로 제시되 는데, 이는 조각의 안정성을 방해하면서도 그것을 높이 쌓아 올리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돌기 둥은 그 유래를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돌들로 형성된 돌무덤과 같은 기이한 형태를 띈다<gonggi 1,2>(2021).

왕은진은 전시장 곳곳에 기성 제품을 활용한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공간에 인위적으로 개입하거나 풍경의 부재로 인해 일반적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공간적 특성들을 발견해 나간다. 대상은 대개 정해진 형식 없이 임의로 존재 하고, 그 의미는 조건과 맥락에 따라 규정된다. 또, 그것은 관람자의 시선 및 동선 이동에 따라 보는 이의 사고 안에 서 확장과 수축을 반복한다. 설치물이 속한 공간은 환경인 동시에 체계로 성립하는데, 작품은 공간의 존재감을 환 기하는 반면, 자신의 존재를 상대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그가 속한 환경과의 조용한 공존을 택한다. 전시실 벽면 에 미리 설치되어 있던 레일과 와이어를 사용하거나<레일 사용법>(2021) 구석 또는 면과 면 사이의 경계를 기점 으로 새로운 조형을 만드는 작업<구석에 존재하는 것>(2021)은 공간과 오브제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한편, 복도 공간에는 풍선들이 일렬로 설치된다<사이의 존재>(2021). 천장에 매달려 내려온 풍선들은 관 람자의 동선에 따라 뒤엉키기도, 본래의 정렬을 벗어나기도 한다. 이는 공간을 점유하는 신체와 설치물 간의 상호 작용을 은유하며, 공간을 구성하는 것 중 우리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암시한다.

⟪Unknown Resource⟫의 네 명의 작가들은 고정된 실체나 실존적 내러티브 없이도 작동하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 다고 말한다. 무에서 유가 창조되고, 우연한 사건이 발생하며, 예상치 못한 결말이 주어질 때가 있는 것처럼 모든 것에 뿌리가 있고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한다. 이들이 전시하는 것은 결국 논리와 인 과로 포장된 매끈한 메커니즘 이면에 자리한 이름 없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시작이 없기에 그 끝도 가늠할 수 없다. 여러분이 위치한 이곳이 입구도, 출구도 없는 미로의 한가운데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지도도, 나침반도 지니지 않은 채로 복잡한 미로 속을 자유롭게 유영해 보기를,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모든 가능성을 포용해보기를 바라본다.

임현영






이런저런 것들 _ 가변 크기 _ 판넬에 아크릴, 수납 박스, 재활용 비누, 롤러 리필용, 뽁뽁이, 수세미, 파일 박스 _ 2021







눈과 입 _ 가변 크기 _ 캔버스에 아크릴, 의자 _ 2021


세 마리의 고양이 _ 가변 크기 _ 판넬에 아크릴, 종이에 아크릴, 재활용 비누, 선풍기 _ 2021








현란한 색을 가진 고양이  _ 54.5 x 79 cm _ Acrylic on panel _ 2021

뒤  _ 45 x 65 cm _ Acrylic on panel _ 2021

눈과 입 _ 53.5 x 33.5 cm _ Acrylic on canvas _ 2021

놀란 고양이 _ 25 x 25 cm _ Acrylic on panel _ 2021
©Sab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