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ment
일상의 타임라인과 시대 환경에서 얻은 무심한 파편들에 스민 소진된 기운을 회화와 설치로 재구성한다. 웹상의 밈이나 현실을 맴도는 흐릿한 이미지, 가벼운 사물처럼 허술한 상태인 것들에 떠오르는 감상을 애매모호한 형태로 소화하고, 평면을 경유해 입체로 연결되는 유기적 설치 풍경을 조성한다. 처연하고 애처로워 보이는 모양에 자신이 처한 상황, 정서, 상념을 녹여내 보이는 것으로 부실한 세계로부터 체감한 멀미를 다독인다.

삶의 연약함과 불투명성을 이야기하는 작업은 산만한 삶의 경험과 주눅 든 감성을 토대로 한다. 특히 지속적으로 겪어온 정체성의 혼란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불안정했던 가정환경과 생계유지를 위해 감수해온 파편화된 생활 패턴은 세상을 겉도는 기분, 스스로 불완전하다는 감각을 불러온 시발점이었다. 이런 낯설고 어색한 세계를 살아가며 형성된 무력과 불안은 주변의 하찮은 것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주로 비주류적 감각을 가시화하기 위해 익숙한 일상 재료를 활용한다. 내팽개쳐진 사물, 쓰고 남은 자투리, 이상한 표정의 인물이나 동물, 늘어지거나 시든 식물, 초점 나간 풍경 등 소외된 이미지를 주관적인 인상의 회화로 변환하거나, 낡거나 버려진 고물, 일회용품, 싸구려 공산품 등 사용하기 쉬운 소비재를 낯설게 조합하는 설치를 전개한다. 충동적 감각에 따른 움직임으로 본래의 기능이나 모양을 지움으로써 일종의 해방적 형태를 만드는 회화는 유약한 성질을 가진 모양들을 어수선하게 흩트려 놓는 것으로 구상과 추상,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걸친 애매한 잔상을 구현한다. 대상의 구조를 재편해 만든 간결하면서도 미완결적인 형태는 불확실한 세계와 개인의 불안한 내면을 내포한다. 한편 회화를 받치고, 꾸미고, 감싸고, 부풀리는 설치는 현실의 잡다함이 반영된 어설픈 모양새로 보인다. 매끄럽게 가공되지 않은 입체물은 자꾸만 벌어지고 쪼개지는 미숙한 삶의 속성을 닮았다. 이렇듯 볼륨이 부재한 얇은 이미지, 얇은 몸을 건져내 그 무용함에 대해 편향적으로 예찬하는 작업은 하나의 결말로 귀결되길 거부하는 느슨한 도상이자 사물로 새로운 감각적 인식체가 된다.

선명하고 단단한 것 뒤엔 희미하고 물렁한 것이 숨어 있다. 삶에 깃든 헛헛하고 쌉쌀한 기운이야말로 탐구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 여기며 나약한 순간들로부터 발췌한 증거를 조물 거린다. 그리고 뻔한 삶의 단면이 다른 가능성을 비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삶과 예술, 실제와 가상, 완전과 불완전, 가치와 무가치, 의미와 무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Note

1. 마디들

2. 미적지근한 모양

3. 작업 생활

©Sab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