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것으로부터 2025. 05. 19 - 05. 25   
서울시 금천구 가산로 3 태현빌딩 203호

어디에나 약함은 있다. 불 꺼진 침실 어귀에 머리빗, 말라버린 작업실의 비누, 파티 후 버려진 생일 초, 쌓인 수납박스에 붙은 파리 같은 것에는 나약한 기운이 감돈다. 이는 무능한 작가의 삶과도 닮았다. 좁고 퀴퀴한 작업실, 더러운 작업도구, 싸구려 잡화, 날마다 쌓이는 실패의 흔적들을 배경 삼아 구질하게도 작업을 이어나가는 삶. 전시는 이런 삶의 약한 이면들을 보여준다. 유약한 대상을 통해 느낀 인상과 상념을 담아낸 회화와 설치는 빠듯한 현실로부터 잃어버리거나, 놓치는 것들을 떠오르게 한다. 생활이 묻은 그림으로, 여전히 부실한 세상을 기리며. 

리뷰 - 물렁거리는 힘, 황예지 (사진가)

또르륵, 가변크기, 싱크대, 물, 타카심, 캔버스에 아크릴, 2025
망해서 뜯은 그림과 아직 괜찮은 그림, 가변크기, 50L 쓰레기봉투, 망친 그림, 간이 의자, 캔버스에 아크릴, 2025 

가늘게버티기, 가변크기, 얇은 티슈, 테이프, 휴지심, 캔버스에 아크릴, 2025

보도블록, 50 x 50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숨은 고양이, 37.9 x 37.9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칼 2, 각 45 x 45 cm (x2), 캔버스에 아크릴, 2023
보도블록, 50 x 50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그늘진 빗, 100 x 80.3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엉킨 고무줄, 53 x 33.4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5
천천히 걸어오는 고양이, 각 37.9 x 37.9 cm (x2), 캔버스에 아크릴, 2024
앉은 파리, 각 37.9 x 37.9 cm (x2), 캔버스에 아크릴, 2024
살, 53 x 45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취한 눈빛, 60 x 60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손톱, 80.3 x 100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꺼진 초, 80.3 x 116.8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내려가는 그림자, 65.1 x 100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5

치즈 더미, 130.3 x 130.3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가짜 별, 100 x 80.3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가짜 새, 100 x 65.1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뒤, 33 x 21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5
5년짜리 열쇠, 45.5 x 27.3 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동떨어지고 말았다. 뿌리치지 못하는 당장의 과업들을 해치우는 사이 예술과 삶의 낙차는 눈에 띄게 벌어졌다. 밀린 고지서들 뒤로 어영부영 빈약해진 내가 보인다. 형편의 순위에 따라 실려나간 연약한 꿈들을 다시 볼 순 없을 것이다. 나라는 어색한 인간을 짊어지고 산다. 허술함으로 가득 찬 세상의 약한 면들을 동정하면서. 이것은 아무도 고르지 않는 찌그러진 빵, 기포가 확연한 유리컵을 고르는 일과도 같다. 약한 것들은 늘 뻔해서 묘한 신경질이 나지만, 그래도 말쑥하기만 한 것보다야 낫다. 반짝임은 뒤늦게 두드러기가 나기 마련이다. 세월을 알맞게 헤쳐나가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중고 신인의 마음으로 고양이나, 풀이나, 비누나, 초나, 얼굴 따위를 그리며 순간을 지나 보낸다. 미술 바깥에 우악스러운 현실을 딛고.
©Sab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