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없는 마디들. 되풀이되는 다름없는 나날에 붙잡지 못할 이미지 조각들은 계속해서 떠내려간다. 나는 자연스레 집과 작업실, 일터, 그리고 바깥에서 서성이고 있는 파편들에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삶은 도무지 반짝이는 면 없이 온통 무던한 모양투성이다. 항상 그 자리에 놓여있는 의자, 문짝에 붙은 낡은 하트 후크, 시들어버린 잎 사귀, 점점 타 들어가는 마늘 조각, 거리에 방치된 빗자루나 남은 음식의 자투리처럼 어디에나 널리고 널린 시시한 것들 따위가 내 앞을 기웃거린다. 이어지지 못한 체 자꾸 끊겨 내동댕이 쳐지는 마디들은 아무 의심 없이 어디에나 있다.

이따금 마른 환영들이 슬그머니 다가오려는 낌새가 보인다. 말라 가는 것들은 오히려 너무 뻔하거나 따분하지 않아 좋다. 나는 어디에나 도사리는 부스러기의 환영을 마주하는 순간 그 마디들을 밖으로 밖으로 꺼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건져올린 미미한 원형들을 어서 녹이고 소화시켜, 작업으로 내뱉어 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미지의 부분을 확대하거나 생략하고, 윤곽을 강조하거나 없애버리고, 구조를 교란하고, 붓질을 거칠게 혹은 매끄럽게 하는 것과 같은 극적인 표현을 통해 이미지를 쉬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던져 익숙한 이미지에 달라붙은 허름한 느낌을 벗겨내려 시도한다. 원본 그대로를 고스란히 보여내는 것이 아닌, 어딘가 애매한 형상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없어낼수록 선명해지는 물렁하고 유연한 감각을 떠오르게 한다.

이처럼 이미지를 복기하면서도 해체하려는 방법론은 건조한 감각의 틈새를 비집고, 무미건조한 잔해들을 파헤친다. 원래와 그려진 이미지 사이에 묘한 간극이 느껴지는 미완결의 형태, 구상도 추상도 아닌 고유한 형태 그 자체를 위해 움직인다. 이를 위해 이미지를 균열하고, 깨고, 절개하고, 분할하여 전혀 다른 독자적 모양새로 나타낸다. 다시 말해 현존하는 이미지 증거물을 기반으로 그 결핍의 인상과 시각적 가능성을 회화적 방식으로 펼쳐내고자 하는 것이다.

파편의 인상을 떠올리며, 캔버스에 붓을 휘둘러 때때로의 기분을 채워 본다. 나에게 작업이란 어중간한 나의 삶 자체이자,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유약한 감정들을 해방하는 행위이다. 무심코 스쳐 가는 희미한 것들을 화면에 소환하여 사소함과 익숙함에 가려진 존재의 허무를 어루만지고, 그것들에 스며든 부족함을 다독인다. 나는 건조한 나 자신을 대변하기 위해 일상의 사물들을 살피고 주무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같이 무미건조한, 맛없는 존재가 자신만의 맛을 찾아내길 바라면서.



©Sabak